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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

[심우천 칼럼] 한국 교육현장의 발자취

고종의 특별조서를 통해 “덕육(德育), 체육(體育), 지육(知育)을 향상시켜

지하철을 이용한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유적지들과 곳곳에 파여 해쳐진 발굴터들을 피해 좁은 틈을 비집고 한 자리씩 차지한 마천루들이 즐비하다. 과거와 현재가 함께 공존하는 곳임을 등굣길 정도의 짧은 거리에도 알 수 있었다. 

 

 덕수궁, 정동(貞洞)길을 앞서 서소문길에 들어섰다. 배재학당(培材學堂) 앞을 지나며 ‘인재를 키운다’는 뜻을 담은 배재의 교패를 마음에 담았다. 정동교회를 세운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가 1885년 대한제국의 지원을 받아 세운 한국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이다. 그 이듬 해에 인근에 세워진 이화학당이 민족의 여성지도자들을 양성하였다면 배재학당은 독립협회와 더불어 민족의 신진세력을 양성할 목적으로 고종이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근대교육은 1894년 갑오개혁을 단행하면서 시작되었다. 신분제도와 과거제도의 폐지, 그리고 인재양성을 위한 신교육의 이념을 담고 1895년에 ‘소학교령’이 제정 반포되었다. 고종의 특별조서를 통해 “덕육(德育), 체육(體育), 지육(知育)을 향상시켜 국가 중흥의 강력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덕이 재주보다 많은 사람을 군자라 하고 재주가 덕보다 많은 사람을 소인이라고 치부해 버린 유교문화의 정신이 그대로 반영된 탓일 것이다,

 

 1910년 일제의 국권찬탈 후의 우민화 정책은 ‘보통학교령’을 발표하며 소학교 5년제를 4년제로 바꾸었다. 일본학생들과는 달리 상급학교 진학이 어렵도록 제도를 정비한 일본인들의 꼼수이다. 특별히 일제는 사립학교와 서당 등 우리민족의 자생한 교육기관을 억압하였다. 메이지유신을 통하여 급하게 받아들인 일본식 근대화에 필요한 노동력 확보를 위해 초급 실업교육이 그대로 강화되었다. 아울러 교과과정에서는 조선어를 사실상 폐지하여 일본어를 확충하는 황민화 교육을 실시하였다.

 

 해방과 더불어 문맹률이 78%에 달한 대한민국은 미군정의 영향으로 미국식교육제도를 받아들이고 교육의 기회균등이 보장되도록 노력했다. 초등학교 의무교육은 6·25 동란의 피난 중에도 천막학교와 노천학교를 통해 좀처럼 식지 않았다. 지속적인 학생 증가로 중학교 입시가 과열되었다. 중학교 무시험제도를 거쳐 1974년에는 ‘고교평준화정책’을 추진하여 교육의 과열을 해소하려고 했으나 경제성장과 함께한 한국인의 교육열은 한국사회의 지나친 교육팽창을 초래했다.

 

경기고, 서울고와 같은 서울의 명문고등학교는 서울대학에 입학하는 등용문의 산실이 되었다. 가정과목 시험에 보리의 싹을 틔운 엿기름으로 엿을 만든다는 상식을 되집고 무즙으로 엿을 만들 수 있다고 우겨대며 솥단지를 걸고 증명했던 시대이다. 그 이후에도 사교육 전면 금지와 해제, 학교 내 보충수업 실시 여부 등을 반복하며 현재까지도 끝없는 진통의 현장 속에 있다.

 

자립형 사립고 재지정 문제로 많은 사립학교들이 교육청과 정부를 상대로 법정다툼을 하고 있다.  학생선발권과 교육과정의 재량권을 갖고 학교운영을 할 수 있는 것은 자립형사립고의 최대 장점이었다.  자립형사립고 입장의 재지정 탈락은 정부의 재정보조를 빌미로 학교운영 전반에 걸친 관리와 간섭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교육정책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소송의 또 다른 이유는 정권교체 때마다 자주 바뀌는 교육정책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음 정권으로 미루어 급한 소나기는 피하자는 판단인 것 같다.

 

제나라 재상 관중의 혜안처럼 '백년을 내다보고 종신토록 심고 또 심어야 할 것'이 사람임을 알고 열심히 사람을 심는 일에만 열중할 수 있는 곳이 학교이어야 한다. 학교는 어떠한 이념과 세력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가르치는 자의 즐거움과 배움의 열정이 맘껏 펼쳐질 수 있는 교학상장의 장소이어야 한다.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이 정권의 교체기마다 각고의 노력으로 나름대로 교육현장을 외부세력으로부터 순수성을 지켜왔다.

 

약보다는 건강한 밥상이 자녀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법이다. 다양한 형태의 먹거리를 자신의 입맛과 기호에 따라 먹을 수 있도록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다. 공익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면 공교육만으로 충분하다. 저마다의 철학과 정신으로 세워진 사학들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또 다른 기능과 역할이 있다.  가정은 학교보다 앞서 인성교육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원초적인 교육의 장이다.부모보다 자녀에게 더 훌륭한 스승이 있겠는가? 다양한 교육사상과 철학을 기초로 세워진 학교들을 학부모와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학교들이 열릴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바침이 필요한 때이다.

 

[ 한강조은뉴스  심우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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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희 기자

한강아라신문방송과 한강조은뉴스 운영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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