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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회의장, 이탈리아-이집트 순방 마치고 귀국​​

- G20국회의장회의 등에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등 17개국 주요인사와 23번 회담 - 
- 종전선언·남북국회회담 지지 당부로 남북 대화 재개 위한 외교적 발판 마련 -
- 조선소·원전 수주, 전동차·K-9 자주포 수출 등 전방위‘세일즈 외교’-
- 이집트 대통령·수에즈운하청장 면담…삼성중공업 조선소 건설 MOU 체결 성사 -​

박병석 국회의장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국회의장회의(7∼8일, 이하 현지시간 기준)·Pre-COP26(8∼9일)에 참석하고, 이집트 공식방문을 마친 뒤 15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다. 순방 일정(10월5일∼15일) 동안 박 의장은 로마에서 이틀간 G20국회의장회의에 참석한 16개국 대표 18명(영국, 스페인은 상-하원 의장 2명) 전원과 회담했다. 마틴 춘공 IPU(국제의원연맹) 사무총장 회담을 포함하면 모두 19번이다. 이집트 순방에서는 3일 동안 압델 파타 알시시 대통령을 비롯해 상-하 양원의장, 아랍연맹 사무총장 등과 모두 4번 회담했다.

 

순방기간 중 17개국과 모두 23번의 회담을 하는 강행군이었다. 이동시간(5일)을 제외하면 5일간 하루 4.6회 꼴로 회담을 한 셈이다. 

 

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현장회동

 

박병석 의장은 미국 역사상 첫 여성하원의장이면서 지난 1월부터 4번째 하원의장을 역임하고 있는 낸시 펠로시 의장과 현장회동했다. G20국회의장회의는 이틀에 걸쳐 1∼4세션(첫날은 2세션까지)으로 진행됐다. 낸시 펠로시 의장은 제1세션(의제는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고용 위기 대응’)에서 연설했다.

 

연설을 마치고 낸시 펠로시 의장이 자리에 앉자 박 의장이 다가가 인사를 했다.

 

두 의장은 지난 3월에 화상회담을 한 적이 있다. 박병석 의장이 2세션 연설을 앞둔 상태라 시간이 촉박했다. 그러자 박 의장은 "연설을 마치고 다시 찾아오겠다”고 하고 자리를 떠났다. 

 

박 의장은 2세션에서 한국의 ‘그린뉴딜 정책’과 ‘국회의 역할’을 주제로 영어 연설을 한 뒤, 약속대로 다시 낸시 팰로시 의장에게 다가갔다.

 

그런 박 의장에게 낸시 펠로시 의장은 "연설이 매우 인상적(impressive)이었다”고 호평했다. 

 

박 의장은 “코로나 대응과 경기회복 대응 법안통과(1조 9천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에 있어 낸시 펠로시 의장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한다”고 덕담을 했다. 그러면서 낸시 펠로시 의장의 방한을 요청했다.

 

낸시 펠로시 의장은 “한국에 또 가보고 싶다. 우리 집에 가면 한국에서 사온 기념품으로 가득하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낸시 펠로시 의장은 지난 2007년 하원의장 시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지한파다. 

 

박 의장은 낸시 펠로시 의장뿐 아니라 세계 각국 의장들에게 먼저 다가가 적극적 외교활동을 펼쳤다. 이를 통해 양국 현안에 대한 인식의 폭을 좁히고, 상호 교류를 논의하면서 의회정상 외교를 전개했다.

 

브라질 아수르 리라 하원의장의 경우 약식회담 도중 “12월에 카자흐스탄 등을 순방할 계획인데, 일정을 늘려서라도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며 방한 의지를 보였다.

 

② 종전선언·남북국회회담 국제적 지지 확산

 

정부와 의회가 ‘씨줄과 날줄’처럼 협력해 총력외교를 펴야한다는 것은 박 의장의 지론이다. 공식 양자회담에서 박 의장은 각국 의장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UN총회연설에서 거듭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당부했다.

 

G20회의와 이집트 순방에서 “중동지역 평화에 이집트와 알시시 대통령이 기여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이 평화협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이집트 대통령 및 상하 양원의장 회담)“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영국의 일관된 지지에 사의를 표한다.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6.25전쟁 종전선언에 영국정부의 지지가 힘이 될 것”(영국 상-하원 의장 양자회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독일이 적극 지지할 경우 북한이 대화에 나서는데 도움이 될 것”(독일 연방상원의장 양자회담)이라고 시종일관 강조했다. 이를 통해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여론 확산을 시도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

 

특히 마틴 춘공 IPU 사무총장은 박 의장에게 “북한에 직·간접적 루트로 박 의장의 남북국회회담 제안을 전달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박 의장은 지난 해 제72주년 제헌절 경축사에서 “나는 국회의장으로서 북측 최고인민회의 대표를 언제 어디서든 만나 마음을 열고 남북관계와 민족문제를 진정성 있게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남북국회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박 의장은 마틴 춘공 사무총장에게 “시기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남북 국회회담을 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③ 집요한 세일즈 외교, "세일즈맨을 보는 듯 했다”

 

이번 박 의장의 순방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활동 가운데 하나는 ‘세일즈 외교’였다. 특히 한국 국회의장으로는 19년 만에 방문한 이집트에서 박 의장은 10일 알시시 대통령을 만나 구체적으로 4가지 사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15억 달러(1조8000억 원) 규모의 수에즈 운하 조선소 건설프로젝트에 한국 삼성중공업 참여 ▲현대로템의 카이로 메트로 전동차 사업(20억 달러 MOU체결) 본계약 조기 체결 ▲K-9 자주포 패키지 수출(20억 달러 규모, 한화디펜스가 이집트 국방부와 논의중) ▲엘다바 원전사업(4기)에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참여 등이었다.

 

알시시 대통령과 만난 뒤 박 의장은 수에즈 운하로 직접 달려가 오사마 라비 운하청장을 만났다. 박 의장은 운하청장과 면담에서 알시시 대통령과 대화 내용을 적극 소개했다. “한국의 조선사업은 기술력·가격경쟁력에서 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알시시 대통령도 면담 과정에서 큰 관심을 표했다”고 강조했다. 

 

라비 청장이 즉답을 하지 않자 박 의장은 “청장께서 한국을 직접 방문해 우리 조선소를 시찰하는 것이 어떠냐”고 끈질기게 요구했다. 

  

마침내 라비 청장은 “삼성이 건조한 배들이 수에즈 운하를 운항하고 있고, 이런 배가 훌륭한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것을 목도하고 있다”면서 “한국과 협력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비청장의 답변은 빈말이 아니었다. 바로 다음날인 11일 수에즈운하청은 삼성중공업에 오는 11월 1일쯤 조선소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혀왔다. 양해각서는 정식계약 체결에 앞서 향후 투자 방향에 관해 합의한 사항을 명시한 문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9일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박 의장이 이집트 대통령과 수에즈 운하청장을 면담하면서 제안서를 낸지 이틀 만에 프로젝트 참여 문제가 급진전한 것이다.

 

박 의장과 라비 청장의 면담에 배석했던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은 “꼭 세일즈맨(박 의장)을 보는 것 같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 의장의 ‘세일즈 외교’는 이집트 현지 언론도 주목했다. 알아흐람(Al-Aharam), 알마스리알욤(Almasry Alyoum) 등 현지 주요 매체들은 박 의장의 알시드 대통령 예방 소식을 전하는 등 박 의장의 이집트 공식 방문과 관련한 소식을 상세히 보도했다.

 

G20양자회담에서도 박 의장은 기업과 상대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박 의장은 독일 하젤로프 의장과 회담에서 하젤로프 의장이 “작센주에는 한화큐셀이 운영하는 연구센터가 있는데, 태양광과 자동차 분야 등에서 양국은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하자, “한화 측에 의장님 말씀을 잘 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노시비웨 마피사 응카쿨라 남아공 하원의장에게는 “아프리카에는 우리 교민 1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중 남아공에만 3800여명이 있고, 삼성과 LG전자 등 한국 기업 20여개가 진출해 있다”면서 “우리 교민들과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④ 다자외교 앞두고 세심한 사전준비

 

박 의장의 G20국회의장회의 참가국 대표 전원 회담은 진기록에 가깝다. 많게는 수십 개국 정상이 모이는 다자회의에서 양자 회담을 위한 일정을 잡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G20국회의장회의나 IPU 같은 의회차원의 다자외교 무대에서 참가국 대표를 모두 만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박 의장은 ‘풀 어사이드’(pull-aside)라 부르는, ‘대화를 위해 옆으로 불러내는’ 현장회담(14번)을 적극 활용했다. 

 

이를 위해 박 의장은 G20국회의장 회의와 이집트 순방을 앞두고 세심한 사전 준비를 진행했다. ‘안데르 힐 가르시아 스페인 상원의장은 클라리넷을 공부하고 크로스핏·스키·복싱이 취미이며, 메리텔 바텟 라마냐 스페인 하원의장은 와인 및 치즈 애호가에 카탈루냐 문학작품 애독자’라는 식으로 정치여정은 물론 상대 의장의 취향까지 꼼꼼히 파악하며 대화를 준비했다. 

 

존 프란시스 맥폴 영국 상원의장의 경우 야생동물 보호법을 발의해 야생동물 보호에 관한 논의를 촉발했고, 사냥개 사용금지를 규정한 사냥법 제정을 하는 등의 변화를 이끌어낸 바 있다.

 

박 의장은 맥폴 상원의장을 만나 “사냥법 제정이 인상적이었다”며 대화를 이끌었다. 박 의장의 언급에 맥폴 상원의장도 웃으며 “내가 ‘1990년대’에 낸 법안”이라고 유쾌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 의장은 맥폴 상원의장이 법안을 낸 시점이 ‘1995년’이었다고 정확히 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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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조은뉴스 배명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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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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