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한국교통연구원이 개최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대한 공청회에서 GTX-D(서부권 광역급행 철도) 노선이 김포 장기동에서 부천종합운동장까지 연결되는 이른바 ‘김부선’으로 정리되면서 김포 시민들의 분노와 수정요구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2019년 10월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발표한 ‘광역교통 2030’ 계획에서 김포한강선으로 노선명까지 정해졌던 지하철 5호선 연장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GTX-D노선은 뜬금없이 부천으로 가라고 했기 때문이다.
김포 한강신도시와 인천 검단신도시 등 2기 신도시를 비롯해 인근 주민들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를 구성하고 촛불집회와 드라이브 시위 등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범대위는 지난 30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김포지역의 인구는 약 48만명으로 2020년 12월 기준 인구증가율이 0.99%로 전국 5위에 올라 있으며 2035년 김포시와 검단신도시의 인구는 각각 76만과 33만의 인구를 계획하고 있다”며 “인구 100만이 넘는 거대도시에 철도망은 2량으로 운영되는 김포골드라인 하나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범대위는 앞으로 집단행동에 돌입하며 투쟁의 시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1일 드라이브시위를 펼쳤으며 GTX-D 강남 직결을 촉구하는 인쇄물을 차량에 부착한 뒤 김포시청 등을 돌아다니며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오후 8시에는 김포 라베니체 수변상가 일대에서 촛불집회를 펼쳤다. 기존 정치인을 상대로 낙선운동 캠페인, 주민소환제 등도 검토하고 있다.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가 지난 1일 펼친 첫 드라이브 챌린지에는 약 천여대의 차량들이 김포시청 앞에서 클락숀을 울린후 GTX 5호선이 생길만한 가상의 지점까지 규정속도와 차량 질서를 준수하며 시위를 가졌다.
김주영 의원을 비롯한 현직의원과 홍철호 전 국회의원, 김포(갑) 박진호 당협위원장, 김포시의회 등 지역 정치인과 단체들은 일제히 김포‧검단 인구 100만 시대의 장기 사업성을 반영해 ‘김포-검단-서울(강남)’ 노선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GTX는 계획 이후 개통까지 빨라야 15년, 늦으면 20년 이상까지도 소요되는 장기 교통수단인데, 눈앞의 사업성만 보고 ’김포-부천‘ 노선을 고집한다면 커다란 국가적 손실을 빚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8년 12월 국토부 발표 때 ‘김포한강선’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했던 홍 전 의원은 “국토부가 진정 ’서부권 GTX‘를 김포‧검단 시민들을 위해 준비한 것이라면, 현실적 한계를 이유로 반쪽짜리로 그칠 것이 아니라 추가대책을 준비해서라도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순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추가대책으로 김포 한강신도시 150만평 추가개발을 제안했다.
시민들도 “공청회에서 나온 안은 김포시민을 우롱한 처사”라며 “6월 말로 예정되어 있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발표 전까지, 국회의원을 비롯한 김포시의 모든 선출직들은 비장한 각오로 시민들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포에서만 50년을 살았다는 70대의 시민 박 씨는 “대부분 서울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 수도권 서북부 시민들은 다시 한 번 교통대책에서 철저히 소외되었다는 사실에 절망감에 빠졌다”며 국토부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노선이 중복된다는 이유에 대해 그는 “GTX A,B,C노선 모두 노선이 중복된다”며 “중복되더라도 어디가 급한 곳인지를 헤아릴 줄 아는 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가 제안한 노선은 너무 길고, 재정투자비도 10조원 가까이 소요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투자 규모 안배를 감안했다’는 국토부의 주장에 대해 “경기도가 제안한 GTX D노선은 김포한강신도시에서 강남을 거쳐 하남까지 이어지는 노선으로 예상사업비는 5조9천억이고, B/C값은 1.02이라며 경제성도 우수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공청회에서는 마치 10조 원 가량이 들어가는 사업처럼 과장하여 어떻게든 안 되는 이유를 들이대는데, 이것은 수도권 서북부 국민들을 우롱하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형평성 고려했다는 국토부의 설명에 대해서도 그는 “김포한강신도시는 대한민국 1기, 2기 신도시 중 유일하게 광역철도가 없는 도시”라며 “유일한 도시철도인 김포골드라인 마저도 국가의 재정지원 없이 신도시 주민이 광역교통개선대책 교통분담금 1조 2000억원을 납부하여 만들어진 대한민국 최초의 수익자 원천 부담 도시철도”라고 되짚었다. 그마저도 제대로 설계되지 못한 탓에 출근길 혼잡률은 무려 285%에 달하는 일명 ‘지옥철’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원로인 김 씨(81)는 “2021년 4월 말 현재 김포시의 인구수는 48만명이 넘으며, 김포시 인구유입률이 전국 1,2위를 다투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김포시 인구수는 2035년에는 76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검단신도시가 완성되고, 3기신도시인 계양신도시, 대장신도시까지 완성된다면,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교통은 지금보다 더욱 지옥으로 변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구수가 46만명인 파주시와 23만명인 양주시, 46만명인 의정부시는 GTX를 시공해야하고, 인구수가 48만명이며, 인구유입률이 전국 최고인 김포시는 안 된다면 이것은 누가봐도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동쪽은 철도 노선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데, 서쪽은 김포 골드라인만 있다는 것을 당국자들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이런 안을 내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선이 단축된다면 최소한 종착역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산동에 거주중인 30대 시민은 “누가 봐도 종착역이 부천인 노선은 말이 안된다”며 “최소한 종착역은 서울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포는 검단과 연합하여, 정부와 협상을 해야 한다”며 “노선 단축은 받아들이되 대신 종착역을 부천이 아닌 인 서울로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는 “그래야 10년 뒤 설사 D라인이 강남으로 연장되더라도 이 노선이 ‘김부선’안보다 국가적으로 훨씬 더 가치 있는 노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D노선은 서부권 신도시 주민들을 위한 것인데, 부천은 이미 7호선과 1호선, CTX-B 노선까지 갖고 있는 상황에서 단축된 D노선의 종착역을 굳이 부천에 붙이는 것은 미래를 보지 못하는 탁상행정이다”라고 꼬집었다.
김포에서 강남으로 출퇴근 하고 있다는 마산동 거주 40대 시민은 “출근 시간만 1시간 40분 넘게 걸린다”며 “매일 출퇴근이 힘들어 풍무만 넘으면 차량 몇 번을 보내고 나서 타시는 분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차량은 달량 2량인데 인구수는 늘고 사용자도 많아지니까 걱정”이라며 “20분이면 집에 올 거리를 2시간 넘게 걸려서 집에 귀가한 사람들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외곽지역 SRT 전체나 D라인을 제외한 GTX 전체가 서울로 들어오는데 D라인만 제외된다면 정치적으로 커다란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번 GTX-D 노선은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은 있는 대로 올랐고, LH사태까지 겹쳐서 정부로서는 GTX-D 로 인한 추가 집값 상승에 대한 부담감을 상당히 느꼈을 것이라며 그런 정치적인 이유로 서울진입을 막았다는 의견도 줄을 잇고 있다.
[ 한강조은뉴스 임우 기자 ]